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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iverse

Kang, Jung Hun

강정헌 개인전 The universe

PREVIEW

 

작가의 이전 작업들을 나는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고 희미해지는 일상의 기억들, 더 나아가서는 그의 삶이 흘러가는 경로 자체를 자신의 감정과 기준에 따라 사유화하여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사라지지 않게 하려는, 또는 완전히 소유하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틀림없이 오랜 시간과 힘든 노동이 투입되었음이 분명한 번거로운 시도들을 보며 작가가 사라지거나 변하지 않는 어떠한 완전함과 절대적인 것에 대한 동경이나 집착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과도한 비약이었을까. 그러나 이제 나의 생각이 그렇게 틀리지는 않았음을 확인했다.

흔히 우주를 cosmos라고 하여 조화와 질서를 그 속성으로 말하곤 한다. 이러한 시각이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왔음은 자명하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우주와 천체는 완전하고 절대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인식되었다. 또한 원이라는 것은 우주나 하늘 자체를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이고 이상적인 도형이었다. 천체의 동그란 모양과 공전이나 자전 등 천체의 움직임이 대체적으로 원(실은 타원)을 그리며 도는 회전 운동임을 생각할 때, 회전 원운동을 하는 놀이 기구 등에서 우주의 속성을 연상한 작가의 착안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주와 천체는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태양계 내의 행성들은 근사적으로 케플러 법칙에 맞춰 타원 궤도로 움직이고 있지만, 근처의 다른 행성이나 소행성, 심지어 우리 은하계 중심이나 다른 은하 등 질량을 가진 다른 수많은 천체들의 영향을 받아 미세하고 복잡하게 궤도가 요동하게 된다. 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운 운동은 어떤 하나의 공식으로 규정할 수 없으며 행성의 운동에 영향을 주는 모든 물체를 고려한, 실제로는 불가능한 시뮬레이션만이 그 경로를 예측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행성 자체를 정밀하게 관측하지 않으면 실제의 정확한 움직임은 알 수 없다고 하는 편이 맞다. 현대 물리학의 개념들까지 포함하면 천체가 과연 법칙이라는 것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만한 상황이 되어 버린다. 우주는 국지적인 혼란과 나름대로의 곡절로 가득 차 있지만 우리는 단지 관측 및 계산, 용도의 한계를 넘는 작은 오차를 고려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태양계 행성들의 움직임이 케플러 법칙으로 근사되고 은하가 대략 균일한 원반으로 보이는 것처럼 미세하고 난잡한 움직임들도 크게 보면 어떤 이상에 근접한다. 모든 복잡하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모여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낼 때 우리는 직관적으로 그 이상화된 완전한 경향성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외떨어진 별과 행성도 완전한 타원 궤도를 만들 수 없으며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완벽한 원을 그리는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우리는 머릿속에서 완전한 타원 궤도와 완벽한 원을 상상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것은 인간이 의식을 갖춘 이래 가지고 있던 완전성과 절대성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우주의 복잡함을 충분히 인지한 지금도, 미세한 오차를 볼 수조차 없었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우주를 질서와 조화로 인식한다면 이는 우주와, 어떻게 보면, 신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관념의 산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가의 작품은 우주의 속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작품의 형식이 판화라는 점은 마치 운명과도 같다. 우연히 동판에 난 미세한 흠집이나 부식 과정에서의 통제할 수 없는 변형 등, 판화이기 때문에 가지는 수많은 무작위, 부정형, 불규칙의 미세 구조가 모여 하나의 커다란 주제를 나타낸다. 그리고 그 주제가 넓은 의미로 본 우주의 속성이라면, 작품은 자체로 우주를 표현한 것이다. 또한 이는 완전성과 절대성을 추구하기 위한 현실적이고도 논리적인 타협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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