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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ère-noir : CORNICE

전시 개요

• 전시  제목 : Manière-noir : CORNICE (신선주 레지던시 보고전)

• 참여  작가 : 신선주

• 전시  기간 : 2015. 10. 8(목) - 11. 7(토)

• 전시오프닝 : 2015. 10. 8(목) 6PM

• 전시  장소 : STUDIO - L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사관로 11길 30 수가빌딩 지하1층

• 관람  안내 : 월요일 - 토요일 / 10:30am - 6:30pm / 매주 일요일 휴관 / 무료관람

 

 

기대 효과

  작품의 모티브는 코니스!

- 서양 고대 건축양식에서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는 부분들을 총칭하여 엔타블러처(entablature)라고 한다. 신선주 작가는 엔타블러처를 구성하는 세 부분 중 가장 위 코니스(cornice)에 초점을 맞춘다. 곡선의 윤곽을 섬세하게 조각하여 독특한 장식성을 뽐내는 코니스를 신선주 작가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어둠속 공간의 깊이에 주목하다!

- 신선주는 절제된 빛으로 원하는 최소한의 형상을 드러내어 검음의 깊이를 드러낸다. 비록 단순한 검은색이지만, 마음에 드는 색을 얻기 위해 여행지에서 수천 장의 사진을 찍어 오로지 손과 오일스틸만으로 작업한다. LIG아트스페이스(한남) STUDIO L에서 검은색의 묘한 마력을 느낄 수 있다.

 

 

 

전시 소개

 

 

신선주의 코니스, ‘심연의 검음’에 대한 관조적 시각

 

정말 검다. 그것도 아주 무거울 정도의 ‘진득한 검은색’이다. 신선주 작품의 첫인상이다. 화면구성 역시 ‘Black & White’의 단순한 비주얼이다. 그래서 군더더기가 없이 단순하고 깔끔하다. 화면에 등장하는 주요 모티브는 서양 고대 건축양식의 ‘엔타블러처(entablature)’이다. 흔히 고대 그리스나 로마건축에서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는 부분들을 총칭해 엔타블러처라고 한다. 대개 기둥의 윗부분에 ‘수평으로 연결된 지붕을 덮는 장식 부분’인 셈이다.

신선주 작가는 엔타블러처를 구성하는 세 부분 중에 가장 위의 처마 끝을 형성하는 ‘코니스(cornice)’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부분은 현대에 들어 쇠시리[moulding] 역할로 이어지는데, 요철(凹凸)이 있는 곡선의 윤곽을 섬세하게 조각하여 독특한 장식성을 뽐내는 특징을 지녔다. 조형적으로 드러내는 형상은 온통 검은색으로만 묘사한 신선주 작품의 몇 가지 특성을 살펴본다.

  

검음의 깊이에 주목하다

신선주 작품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을 꼽는다면, 단연 ‘검은색의 묘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검은 색깔’이 지닌 아우라는 남다르다. 사람의 내면을 심리적으로 침잠시키는 묘한 마력을 지닌 듯하다. 검은색에 대한 사전의 정의를 찾아보면, ‘모든 빛을 흡수하는 색. 이미지는 무거움, 두려움, 암흑, 공포, 죽음, 권위 등을 상징한다.’라고 쓰였을 정도다.

우선 서양에서 ‘검다’라는 말을 표기하는 단어는 b​lack(색이 검은)ㆍd​ark(밤처럼 어둡거나 캄캄한)ㆍswarthy(얼굴 등이 거무스름한) 등이 있다면, 동양에선 크게 그을음이 잔뜩 끼어 새까매진 것을 비유한 ‘黑(검을 흑)’과 우주에서 바라본 하늘의 색을 닮은 ‘玄(가물 현)’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玄’자의 어원은 가야금의 줄을 뜻하는 ‘시위 현(弦)’자에서도 알 수 있듯, 원래 ‘실타래’ 혹은 ‘누에에서 나온 실’을 비유한 것이다. 즉, 작은 누에고치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가늘고 보일 듯 말 듯 아련해 가물가물한 상태를 말한다. 그만큼 ‘검을 흑(黑)’과 달리 ‘가물 현(玄)’에는 오묘(奧妙)ㆍ심오(深奧)ㆍ신묘(神妙) 등 심연(深淵)의 깊은 ‘공간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비유하자면 신선주의 검은색은 ‘玄’의 철학적 의미를 지녔다. 모든 소리는 침묵이 되고, 현란한 빛은 어둠속에 잠긴 그 고요함의 잔상이 느껴진다. 단순히 검은 평면적 색깔 너머의 ‘어둠속 공간의 깊이’를 주목한 것이다. 때문에 절제된 빛으로 원하는 최소한의 형상을 드러내는 과정에선 신선주 작가 특유의 ‘선별적 직관력’이 발휘되고 있다.

 

시간이 축적된 슈퍼플랫

신선주 그림의 기본적인 구성은 세단계이다. 가령 ‘Black-그림자를 품은 어둠과 만물이 잠든 침잠의 심연, White-어둠의 존재감을 극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빛이며 동시에 여백, Gray-빛과 어둠이 교접과 교섭을 이루는 생명력의 탄생지점’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일까, 신선주의 그림에선 공간(혹은 빛)에 해당하는 밝은 부분이나, 형상성이 표현된 어두운 부분이 너무나 단순하게 묘사되고 있다. 더 나아가 지극히 평면적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빛과 어둠, 음양의 대립과 조화 등 시공간의 공존을 재현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3차원적인 실상의 이미지를 누르고 눌러 2차원적인 평면성으로 구현해냈다. 마치 3차원의 공간이 2차원 속에 들어간 것과 같다. 덜어냄의 마지막에 ‘있고 없음’이 하나가 되듯, 결국 신선주가 화면에 세운 검은 막은 슈퍼플랫(superflat) ‘초평면(超平面)의 표상’을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는 일부분 극사실적인 치밀함으로 대상을 묘사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최소한의 예술을 표방하는 단색화 혹은 미니멀(Minimal)에 더 가깝다. 작가의 감정적 개입이 최대한 배제된 익명성의 서양 미니멀리즘을 동양적 감성으로 해석한 것으로도 보인다.

또한 대상을 극도로 간략화하고 순수감성만을 존중한 신선주의 회화에선 절제미의 극치이자, 기하학적인 순수 추상회화운동인 러시아 화가 K.S. 말레비치의 절대주의(Suprematism) 속성도 엿보인다. 몸은 현실 속을 거닐지만 심적으론 안정을 못 찾는 상황은 여행이나 유학생활을 경험한 이라면 흔하게 겪는다. 신선주 역시 그런 낯선 곳에서 만난 생경함과 익숙함에 대한 인상을 ‘현실 속 꿈의 데자뷔(deja vu)’처럼 채집한다. 마치 순식간에 지나친 찰나의 풍경에서 포착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가장 씸플한 절대주의적 방법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녀의 그림은 이처럼 다양한 정서적 충돌과 융합의 과정을 거쳐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이나 다름없다.

 

치유와 힐링의 완성과정

신선주 그림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단순한 겉모습과는 달리 ‘극적 치열함의 산물’임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색이라곤 검은색 하나지만, 그 색감을 얻기까진 우둔할 정도로 원시적인 방법을 고집한다. 마음에 드는 그림소재 하나를 얻기 위해 많은 여행지에서 수천 장의 사진 찍기를 마다하지 않으며, 제작단계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손과 오일스틱만을 의지한다. 흰 바탕 면이 온통 검게 변하기까지 긋기의 행위는 무한반복 된다.

또한 어둠속에서 형상을 얻어내기 위해선 애써 구한 어둠의 장막에 필연적으로 생채기를 내야만 한다. 드넓은 흰 종이 혹은 캔버스 바탕 면을 티끌만한 비백(飛白)도 허락하지 않은 신선주의 검은 면은 감각과 지각이 교차된 무위적 행위의 소산이다. 그 과정에서 손가락의 체온으로 오일파스텔을 펴 바른 행위야말로 생채기 난 화면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치유한 주술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신선주의 그림이 절제된 평면성을 주조로 이루면서도 경직되거나 차가운 인상보다 따뜻한 감성을 더더욱 발산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치유와 힐링의 내면성’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김윤섭 (미술평론가,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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